화절령통신

김문수의 결례(缺禮) 정치, 민의 거스르는 딴죽걸기

소한마리-화절령- 2010. 9. 6. 22:37

김문수의 결례(缺禮) 정치, 민의 거스르는 딴죽걸기

[칼럼] 황인오 '참여와 개혁실천 부천시민사회협의회' 공동대표

수원시민신문

▲ 황인오 공동대표     © 수원시민신문
1924년 1월 영국 노동당은 역사상 처음으로 정권을 잡았다. 선거에서 패배한 볼드윈의 보수당은 맥도널드가 이끄는 노동당의 정권인수에 적극 협력하였다. 사회주의정권이 무너지길 바라며 몽니를 부릴 만도 했으나 영국의 보수파들은 단수가 높았다.
 
영국사회의 주변부에 속하던 노동당을 포용하여 지배 기반을 굳히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볼드윈은 노동당 정권이 출범하는 데 충심으로 협력하여 이후 대공황과 2차 대전 등 위기 때마다 거국내각을 구성하여 협력하는 신뢰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1997년 한나라당은 김대중, 김종필 연합세력에 정권을 내주었다. 한국 수구세력의 본산인 한나라당은 나라 경제를 거덜 낸 데 대한 반성도 없이 새 정부에 협력은커녕 사사건건 발목잡기에 나섰다. 유권자들이 승인한 ‘DJP연합’을 부정한 것이다. 최소한의 밀월기간도 인정하지 않고 총리인준을 거부하며 새 정부 출범을 방해한 것이다. 

이 사태를 주도한 한나라당 소장파 리더 김문수 이재오 의원은 자신들이 먹고 난 밥상에 재를 뿌리고 모처럼 맞이한 정치발전의 기회를 발로 차버린 것이다. 이 때 한나라당이 단 1년만이라도 새 정부에 협력하고 국익을 위해 상생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후 우리 사회전반에서 다양한 집단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대화와 타협의 기운이 성숙하는 전환점이 되었을 것이다. 이해가 다른 집단을 존중하고 타협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국민소득 몇 만 달러 올리는 것보다 훨씬 가치있는 일이다. 

1998년 한나라당의 몽니와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은 아름다운 패배의 덕목과 승자의 여유를 보여주는 명예로운 전통을 수립할 기회를 놓친 수치스러운 사건이다. 국회의원 시절 ‘김결식’을 자처하며 서민의 아들임을 내세우던 김문수 지사는 2009년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의 교육복지정책을 번번이 딴죽 걸고 각종 행사에서 최소한의 예우마저 무시하는 ‘김결례’가 되었다. 

김문수 지사의 땡깡 정치가 곳곳에서 자기 증식하고 있다. 6. 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일색의 경기도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31석의 경기도 시장과 군수 가운데 한나라당은 10석을 차지하였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한나라당의 정치인들이 수용할 태세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회의 파행을 초래하고 부천과 안양 등의 기초의회에서도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 볼 수밖에 없는 행태를 보이며 김문수 지사의 땡깡과 몽니정치를 복제, 증식하는 것이다. 

이것은 김문수 지사의 대권행보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김 지사는 대권후보로서 자신에 대한 지지도가 1~2%를 넘지 않는 것을 고민해 왔고 이는 인지도가 낮은 탓이라 여기고 도지사 재선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분석도 있다. 김문수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그간 김 지사의 행태가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는 데 능한 ‘몽니정치인’으로 각인된 것이다. 좋게 말해 비판과 직언의 소관(小官)정신은 투철하나 비판과 이견을 포용할 줄 아는 대관(大官)의 품격은 갖추지 못했다고 보는 것이다. 

김문수 지사와 한나라당 정치인들은 6. 2 지방선거를 통해 나타난 유권자들의 여망이 무엇인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 객관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사안으로 도의회를 점거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일 것이 아니다. 패배를 승복하되 승자가 오만에 빠져 독주를 일삼을 때 품격을 갖추고 결연히 비판과 저항에 나설 것이다. 유권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편 가르기에 염증을 느껴 진보적 가치와 정책으로 뒤집어 주기를 바라는 한편, 반대진영을 포용하는 통합의 정치가 실현되기를 염원하는 것이다.  

김 지사는 대결보다 합의를 중시하는 ‘신보수주의(New Conservatism)’로 영국사회의 분열위기를 통합으로 승화시킨 디즈레일리, 볼드윈 등 영국 보수 정치인들의 발자취를 참고하기 바란다. 그들의 공통된 덕목은 '시대 변화를 과감히 수용해 이슈를 선점하는 것'이었다.’ 선점은 커녕 엠비(MB)의 후견을 믿고 민의를 거슬러 무상급식을 딴죽 걸고 지티엑스(GTX)나 대운하로 토건재벌의 대리인을 자임해서는 낮은 지지도를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