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더 많은 민주주의 | ||||
그해 7월 일본 해군 제 1유격대 소속 나니와 호 등 쾌속순양함 3척이 지금의 안산 인근 풍도(豊島) 앞바다를 지나던 청나라 군함과 영국 상선에 선전포고도 없이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전투에서 일방적으로 승리한 일본은 여세를 몰아 동양의 병든 사자 청나라를 패퇴시키고 이듬해 1895년 1월 대만과 댜오위다오(조어도-釣魚島-, 일본명 센가쿠열도-尖角列島-)를 점령했다. 50년 뒤 2차 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이 대만은 중국에 반환했지만 댜오위다오에는 그대로 눌러앉아 지금껏 중일 영토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중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를 둘러싼 열강들의 분쟁이 한반도를 무대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3세기 원나라의 일본 정벌에 세 차례나 들러리 선 고려 조정의 사대적인 처신으로 이 강토와 민중들이 막대한 수탈을 당해야 했다. 명나라를 칠 길을 열어달라는 토요토미 히데요시의 과대망상으로 임진년 이래 이 땅의 민중들이 겪은 피맺힌 고난을 필설로는 형용할 수 없는 것은 다 아는 일이다. 2005년 3월 1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을사늑약을 상기하면서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눈치만 보던 100년 전의 그 허약한 나라가 아니라고 외쳤다. 개항이후 한 세기 넘는 동안의 수난을 겪으며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강요된 분단과 동족상잔의 상처를 극복할 기초를 이룩해 낸 역사적 과정에 대한 긍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문제가 없지는 않으나 6.15선언 이래 남북 간 신뢰의 기반이 착실히 쌓여지고 있고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은 확실히 감소하고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남북이 화해하고 협력하는 한반도는 어여쁜 처자와 같아서 이웃의 능력있는 남정네, 즉 4대 열강들이 서로 잘 보이려고 추파를 던진다고 했다. 반면 남북이 서로 대립하고 긴장이 높아지면 열강들은 언제든 싸움을 부추기고 통째로 먹을 태세를 갖춘 깡패와 같다고 했다. 어쩌면 꼭 맞는 비유였다고 생각된다. 겨우 5년이 지난 오늘날 한반도의 현실은 어떤가! 김 전 대통령이 말한 그대로 남북의 대립을 부추겨 주도권을 쥐려는 열강들의 시뻘건 발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100년 전 일본함대가 청나라 군함을 기습 공격한 바로 그 바다에서 북한과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군사연습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역사의 교훈을 외면한 이 나라의 위정자들이 자청해서 벌이는 전쟁연습이다. 천안함 비극의 진실은 뒷전이고 서해바다에서는 100년 전의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데도 남북의 위정자들은 한반도의 운명을 담보로 정권, 기득권 움켜쥐기에 혈안이다. 60년 넘게 나라를 지배하면서 인민들의 먹는 문제 하나도 해결 못하면서 막대한 자원을 핵무기 개발에 쏟아 붓고 있는 북한 정권은 현대사의 희극이자 비극인 3대 세습 극을 정점으로 파국을 향해 가고 있다. 남한이라고 다를 바 없다. 대통령을 세습하지 않을 뿐 실질적으로 대통령 못지않은 권력을 누리는 재벌들의 세습은 사유재산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있고 현대판 음서제로 외교관과 각종 공직, 교회 등 기득권을 교묘히 대물림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우리나라를 방문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인도출신의 아마티아 셴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되는 나라에서 빈곤이 일상화되는 일은 발생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의 고질적인 식량난과 남한의 확대일로에 있는 구조적인 빈부격차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결국 수준과 방법의 차이는 있겠으나 이 강토의 평화와 겨레의 복지를 위해 북한과 남한 모두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역사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고 한반도의 평화를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민주주의를 향한 남과 북의 깨어있는 민중들의 구체적 실천 밖에는 다른 방안이 없지 않은가. | ||||
기사입력: 2010/09/06 [18:18] 최종편집: ⓒ 부천미래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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