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km 달리면 대형 교통사고 당한 것만큼 근육 파괴
체중의 7~8% 수분 빠지면 환각·무기력 등 데자뷰 경험
일상 모드 → 달리기 모드 전환 때 혈액 재분포 속도 향상이 '난제'
600km를 달릴 수 있는 힘은 신체능력보다 피로에 대한 내성 한국일보 조원일기자 입력 2013.08.17 03:35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울트라마라톤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대회 자체가 낯설고 장시간의 주행 중에 채혈이나 조직 검사에 선뜻 응하는 주자들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한국체육대 체육과학연구소 이윤희 박사는 울트라마라톤 주자들의 근육과 관절에 대한 연구논문으로 학위를 취득한 몇 안 되는 전문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이번 622km 국토종단대회에서도 주자들의 혈액을 구간마다 채취해 정밀분석을 진행했다.
-수백km를 달린 마라토너의 몸은 어떤 상태가 되나?
"남성주자를 기준으로 200km를 달리면 그 전보다 근육이 약 80배 가량 파괴된다. 일반적으로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몰매를 맞은 경우와 맞먹는 근육 파괴 수치다."
이 박사가 지난 2010년 200km를 달린 남성 마라토너 54명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근육 손상의 지표로 사용되는 Creatine phosphokinase(CPK)의 평균 수치는 달리기 이전 102.5 IU/L에서 8236.31IU/L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지경이 돼도 괜찮나?
"그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 훈련한 주자들은 회복이 굉장히 빠르다. 달린 지 하루만 지나도 몸이 엄청난 속도로 회복된다. 같은 연구에서 주행 후 하루 만에 주자들의 혈액 CPK 수치가 1/4 수준(2228.4 IU/L)으로 감소했고 6일 후엔 사실상 뛰기 전의 수준(112.4 IU/L)으로 돌아가 있었다. 최근 연구에서는 근육이 달리는 중에도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울트라 주자들 대부분이 '데자뷰(deja vu)' 현상을 경험했다는데?
"데자뷰 현상은 일반적으로 처음 보는 것을 마치 이전에 본 것처럼 느끼는 '기시감'을 뜻하지만 울트라마라톤 주자들은 환각증상이나 극심한 무기력감 등 달리는 중에 겪는 기묘한 경험들을 통칭해서 데자뷰라 한다. 그런 현상은 수면부족 탈수 영양부족 등으로 인한 극심한 육체피로 때문에 생긴다. 가장 큰 원인은 탈수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체중의 7~8%쯤 수분이 빠져나가면 데자뷰 현상을 겪게 된다. 수분이 줄어 끈끈해진 혈액이 심장에 무리를 주면서 육체뿐 아니라 중추신경의 피로도 급격히 증가, 시간감각과 방향감각, 판단력 등 뇌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거다. 보통 시간당 체중의 1%에 해당하는 수분을 20분 단위로 규칙적으로 마실 것을 권한다. 흡수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훈련을 통해서 어떤 능력을 주로 키우나?
"쉽게 말해 몸을 달리기에 맞게 바꾸는 작업인데 운동생리 활성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근력이나 지구력, 심폐능력도 길러야 하지만 특히 중요한 게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능력,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 등이 해당된다.
우리가 달릴 때 사용하는 에너지 대부분은 섭취한 탄수화물이 원료다. 하지만 체내의 탄수화물 저장량은 한계가 있어서 고갈될 경우 운동기능뿐 아니라 뇌기능에 큰 장애를 일으킨다. 극심한 피로감 같은. 따라서 초장거리 주자의 경우 최대한 탄수화물을 아껴 쓰고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게 지방이다. 훈련이 잘 된 주자일수록 체내 지방을 빨리 산화시켜 에너지로 쓰는 능력이 뛰어나고 속도와 지구력이 높아진다.
또 보통 체온이 38~38.5도 구간에 있을 때 높은 효소 활성도를 유지한다. 장거리 달리기 훈련은 본인의 몸이 일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물리적으로 기억시켜 겨울에는 보온에, 여름에는 냉각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달리기 능력 중 노력으로 키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일상 모드에서 달리기 모드로 전환하는 속도다. 혈액의 재분포 속도라고 볼 수 있는데 쉽게 말해 평상시에는 우리 몸의 피 80% 가량이 몸통의 내장 등에 분포하다가 본격적인 운동시에는 80%가 사지로 전달된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은 이 전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출발 총소리와 함께 전력질주와 맞먹는 속도로 치고 나가게 되면 일반인들은 대개 현기증이나 헛구역질이 생긴다. 일시적 혈액 분포 불균형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천천히 속도를 올리거나 상당한 체력 소모를 동반한 워밍업을 해야만 한다. 또 노화가 진행될수록 이 혈액 재분포 속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마라톤 풀코스의 10배도 넘는 거리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토너의 신체 능력은 일반 마라토너보다 뛰어날까?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는"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풀코스 마라톤을 주파할 때 그 사람의 달리는 신체적 능력치는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보는 게 맞다"며 "사람마다 심장기능 근력이 정해져 있는 만큼 마라톤은 연습으로 되지 않는, 타고나야 하는 종목이다"고 말했다. 그는 "600km 주파의 의미는 피로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이다. 다만 이미 마라톤 풀코스 등으로 상당한 훈련을 쌓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생각처럼 위험하진 않다"고 덧붙였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 이윤희 박사(한국체대 체육과학연구소) 최흥수기자 choissoo@hk.co.kr
"남성주자를 기준으로 200km를 달리면 그 전보다 근육이 약 80배 가량 파괴된다. 일반적으로 대형 교통사고를 당하거나 몰매를 맞은 경우와 맞먹는 근육 파괴 수치다."
이 박사가 지난 2010년 200km를 달린 남성 마라토너 54명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근육 손상의 지표로 사용되는 Creatine phosphokinase(CPK)의 평균 수치는 달리기 이전 102.5 IU/L에서 8236.31IU/L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지경이 돼도 괜찮나?
"그 상태가 장시간 지속되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오랜 기간 훈련한 주자들은 회복이 굉장히 빠르다. 달린 지 하루만 지나도 몸이 엄청난 속도로 회복된다. 같은 연구에서 주행 후 하루 만에 주자들의 혈액 CPK 수치가 1/4 수준(2228.4 IU/L)으로 감소했고 6일 후엔 사실상 뛰기 전의 수준(112.4 IU/L)으로 돌아가 있었다. 최근 연구에서는 근육이 달리는 중에도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울트라 주자들 대부분이 '데자뷰(deja vu)' 현상을 경험했다는데?
"데자뷰 현상은 일반적으로 처음 보는 것을 마치 이전에 본 것처럼 느끼는 '기시감'을 뜻하지만 울트라마라톤 주자들은 환각증상이나 극심한 무기력감 등 달리는 중에 겪는 기묘한 경험들을 통칭해서 데자뷰라 한다. 그런 현상은 수면부족 탈수 영양부족 등으로 인한 극심한 육체피로 때문에 생긴다. 가장 큰 원인은 탈수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체중의 7~8%쯤 수분이 빠져나가면 데자뷰 현상을 겪게 된다. 수분이 줄어 끈끈해진 혈액이 심장에 무리를 주면서 육체뿐 아니라 중추신경의 피로도 급격히 증가, 시간감각과 방향감각, 판단력 등 뇌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거다. 보통 시간당 체중의 1%에 해당하는 수분을 20분 단위로 규칙적으로 마실 것을 권한다. 흡수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물을 마시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훈련을 통해서 어떤 능력을 주로 키우나?
"쉽게 말해 몸을 달리기에 맞게 바꾸는 작업인데 운동생리 활성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기본적인 근력이나 지구력, 심폐능력도 길러야 하지만 특히 중요한 게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운동에너지로 전환하는 능력,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능력 등이 해당된다.
우리가 달릴 때 사용하는 에너지 대부분은 섭취한 탄수화물이 원료다. 하지만 체내의 탄수화물 저장량은 한계가 있어서 고갈될 경우 운동기능뿐 아니라 뇌기능에 큰 장애를 일으킨다. 극심한 피로감 같은. 따라서 초장거리 주자의 경우 최대한 탄수화물을 아껴 쓰고 다른 에너지원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게 지방이다. 훈련이 잘 된 주자일수록 체내 지방을 빨리 산화시켜 에너지로 쓰는 능력이 뛰어나고 속도와 지구력이 높아진다.
또 보통 체온이 38~38.5도 구간에 있을 때 높은 효소 활성도를 유지한다. 장거리 달리기 훈련은 본인의 몸이 일정 온도를 유지하도록 물리적으로 기억시켜 겨울에는 보온에, 여름에는 냉각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만든다."
-달리기 능력 중 노력으로 키우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일상 모드에서 달리기 모드로 전환하는 속도다. 혈액의 재분포 속도라고 볼 수 있는데 쉽게 말해 평상시에는 우리 몸의 피 80% 가량이 몸통의 내장 등에 분포하다가 본격적인 운동시에는 80%가 사지로 전달된다. 천부적으로 타고난 사람들은 이 전환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출발 총소리와 함께 전력질주와 맞먹는 속도로 치고 나가게 되면 일반인들은 대개 현기증이나 헛구역질이 생긴다. 일시적 혈액 분포 불균형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천천히 속도를 올리거나 상당한 체력 소모를 동반한 워밍업을 해야만 한다. 또 노화가 진행될수록 이 혈액 재분포 속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마라톤 풀코스의 10배도 넘는 거리를 달리는 울트라마라토너의 신체 능력은 일반 마라토너보다 뛰어날까?
박원하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센터 교수는"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교수는 "풀코스 마라톤을 주파할 때 그 사람의 달리는 신체적 능력치는 한계점에 다다랐다고 보는 게 맞다"며 "사람마다 심장기능 근력이 정해져 있는 만큼 마라톤은 연습으로 되지 않는, 타고나야 하는 종목이다"고 말했다. 그는 "600km 주파의 의미는 피로에 대한 내성이 생긴 것이다. 다만 이미 마라톤 풀코스 등으로 상당한 훈련을 쌓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생각처럼 위험하진 않다"고 덧붙였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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