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 익스트림

'울트라 부부' 김미순씨 여성 첫 그랜드슬램 남편은 페이스메이커

소한마리-화절령- 2013. 8. 17. 11:22

'울트라 부부' 김미순씨 여성 첫 그랜드슬램 남편은 페이스메이커
"한곳을 함께 가니 참 좋죠"
한국일보 | 인천ㆍ홍천 | 입력 2013.08.17 03:35

 

 

 

그의 몸 상태가 못 미더워 남편 김효근(53)씨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함께 달린이력은 그들의 가게(카센터) 벽에 걸린 온갖 메달과 상패들로 가득했다. 부부는 지난해까지 국토종단 1코스와 횡단 1코스를 완주했고, 그랜드슬램 부부동반 달성을 위해 이번 국토 종단 622㎞ 대회에 출전했다.

7월 11일 오후 11시쯤 강원 홍천군 CP에서 효근씨는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는 전날 허리부상으로 중도 탈락했다. 그가 씩씩거린 까닭은 자신의 탈락 때문이 아니라 아내 걱정 때문.

효근씨는 "미순이는 끌어주는 사람 따라 삼천포로도 갈 사람인데…, 아직 100㎞도 더 남았는데… "라며 불안해했다.

대회 출전준비로 여념이 없던 지난 6월 13일, 미순씨에게 물었다.

-울트라마라톤 하면 뭐가 제일 좋아요?

"남편하고 뛰면서 대화하고. 뛰다가 벚꽃이 피었으면 '벚꽃이 팝콘처럼 피었어'라고 말도 해주고 개나리도 머리에 꽂아주고 호호. 그럼 내가 남편한테 '야, 남들이 보면 미친년인 줄 알겠다' 그러기도 하고. 한 곳을 향해 함께 가잖아요. 우리 할 말이 너무 많아요."

13일 흐린 오전, 부부는 동해 바다를 끼고 결승점을 향해 마지막 구간을 함께 달렸다. 효근씨는 선수가 아니라 미순씨의 페이스메이커 자격이었다. 그는 한의원에서 침까지 맞아가며 다친 허리를 다스려야 했다. 부부에게 '몸은 좀 어떠냐'고 묻자 미순씨가 남편을 손가락질 하며 웃었다. "이 사람 복대 차고 있어요, 복대! 남자가! 하하하"

겸연쩍은 듯 효근씨는 "연습 안 해 본 사람이랑은 (동반주행 할 때) 이 사람 체력 소모가 너무 심해요. 내가 뛰어줘야 돼"라며 쿨하게, 말했다.

참가번호 607번 미순씨는 148시간 25분만에 대한민국 종단 622㎞를 완주했다. 시각장애인 최초, 여성 최초 국내 울트라마라톤 그랜드슬램은 그렇게 달성됐다.

인천ㆍ홍천=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