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과 실천

본회의 방청기

소한마리-화절령- 2015. 2. 20. 10:04

본회의 방청기

 

황인오(전 부천시민사회단체협의회 공동대표)

 

23일 시작한 제294회 경기도의회(이하 도의회) 임시회기 동안 본회의는 첫날과 마지막 날인 211일에 열렸다. 본회의는 방청객 관점에서는 좀 지루한 시간이었다. 20108대 도의회 개원식 때에는 김주삼 의원(군포2) 등이 김문수 도지사와 무상급식과 관련하여 치열한 일문일답으로 공방을 벌이며 궁지에 몰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때처럼 현안을 놓고 도지사나 교육감을 발언대에 세워 일문일답으로 논쟁을 벌이는 모습이 9대 경기도의회에서 얼마나 보게 될지 궁금한 일이기도 하다. 도의회의 다수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남경필 지사가 선수를 친 연정(聯政)으로 행정부에 대해 어딘가 치열한 전투력이 감소한 듯 김빠진 느낌이 없지 않고, 이재정 교육감에 대해서는 정치적 친연성(親緣性)에 매몰되지 않을까 하는 지레짐작과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본질적으로 권력은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를 가릴 것 없이 언제나 독재, 독선, 독주와 부패의 유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라는 사실을 각급 단위의 의회와 유권자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시민들의 각종 회의 방청과 자료제공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일부 상임위를 볼 때 의회 역시 권력의 일부로서 같은 유혹에 빠질 위험은 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절박한 심경으로 유권자들에게 한 표를 호소할 때가 지나면 나름의 권한에 상응하는 권력을 누리고 싶어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바로 그 때문에 집행부든, 의회든 권력의 일각에 자리를 잡은 이들은 스스로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는 한편 모든 권력 작용과정을 자신들의 주인인 민중에게 널리 드러내고 평가받을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도지사와 교육감과의 공방도 생략되고, 각 상임위를 거쳐 온 조례 제· 개정안들에 대해서도 거의 찬반토론 없이 의장의 방망이 두드리기로 무사통과되는 상황에서 기획재정위원회를 무사통과한 경기개발연구원설립 및 운영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에 제동을 거는 것은 이번 본회의에서 의회가 밥값을 하는 장면이었다. 이 조례개정안의 요지는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할 이 연구원의 고급 인력을 도지사와 의회가 필요하면 언제든지 데려다가 쓰겠다는 데 있다. 김영환 의원(고양7)은 첫날 본회의에서도 5분 발언을 통해 이 개정안의 문제점을 지적한 적이 있다. 마지막 날 이 조례 개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에서 8대 의회 당시 좌충우돌의 대명사 김문수 도지사가 경기개발연구원의 인력을 보좌관처럼 악용한 사례를 적시하며 개정안의 독소를 적절히 지적하여 부결을 이끌어 낸 것이다.

 

본회의에서 의회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또 다른 장면은 의원들의 5분 발언이다. 도정 현안을 제기하기도 하고, 지역구 관련 현안이나 애로를 토로하는 의원들도 있다. 지역구와 관련된 발언이라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다. 각각 지역대표의 성격을 띤 의원들인 만큼 볼썽사납게 지역이기주의에 사로잡힌 발언이 아니라면 지역현안을 활발히 제기하는 것은 장려할 일이지 삐딱하게 볼 일이 아니다. 이번 본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으로 보아 특히 흠잡을 발언은 없었던 것 같다.

 

첫날 본회의에서 눈에 띄는 발언은 양근서 의원(안산6)과 김영환 의원의 경우이다. 김영환 의원은 위에 언급한 경기개발연구원 운영 조례 개정안의 문제를 적절히 지적하여 마지막 날 개정안의 부결을 이끌어 내었다. 양근서 의원은 예산결산위원회의 상설을 통해 의회의 예산통제를 강화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박승원(광명2), 이순희(비례, 새누리) 두 의원은 마지막 날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통해 중요한 교육현안을 제기하였다. 교육위원회 소속인 박승원 의원은 경기도 교육청이 중앙정부로부터 받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이 경기도의 학생 비율에 비해 턱없이 적은 것이 재정위기의 주요요인의 하나임을 지적하였다. 경기도의 학생 수는 우리나라 전체 학생의 26%를 차지하는 데 비해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은 20%밖에 안되고 타 시도에 비해 학생 1인당 연간 182만원이나 적다는 사실을 지적하여 경기도교육청의 재정이 부족한 주요요인을 하루빨리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것을 촉구하였다. 이순희 의원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16년 농어촌특별전형 요강을 강화하여 발표한 내용의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이 요강에 따르면 지금까지 고교 3년만 농어촌 학교를 다니면 특별전형 대상자가 될 수 있는데 비해 2016학년도부터는 중학교와 고등학교 6년을 모두 다녀야 대상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도시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특별전형을 노리고 농어촌 지역으로 전입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학군에 따른 적용이 아니라 행정구역에 따른 입시요강의 적용이 낳는 불합리성이다. 이순희 의원은 안성지역의 사례를 들어 이 요강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피해를 입을 많은 아이들에 대한 대책을 호소하였다. 교육당국과 관련 시민사회가 관심을 기울여 더 늦기 전에 마땅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로 보인다. 두 의원 모두 적절한 지적이었다.

 

모든 회기마다 뜨거운 쟁점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일상적으로 도정의 바른 작용을 위해서 의회가 살피고 통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회기는 도시환경위원회에서 부동산중개수수료율과 조정 관련 조례 개정안으로 갑자기 뜨거운 현안이 되었다. 비록 열악한 재정구조, 중앙정부의 의도적인 지방재정 옥죄기가 원인이긴 하지만 혁신 교육을 외치는 이재정 교육감의 경기도교육청이 200여명의 혁신 실무사들을 해고할 예정이라고 하여 이에 항의하는 당사자들의 집회와 부동산중개수수료율 조정 조례안의 통과를 기대하며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시간에 맞추어 몰려 온 이해관계자들로 인해 모처럼 도의회 마당이 장날처럼 붐비고, 방호인력이 동원되었다. 보기에 따라 괜히 시끄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도의회의 입법권능을 어떻게 발휘하는 가에 따라 도민의 삶의 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실증하는 것이어서 도의회의 존재감을 높이는 것으로 해석볼 수도 있다.

 

광역단위 자치에 시민의 눈으로 참여하는 것은 처음인 만큼 부족한 정보와 역량으로 아직은 미흡한 기록이다. 좋은 비평이 좋은 창작을 낳는다는 것은 문화 예술에서는 누구나 알고 있는 금과옥조이다. 더 많은 이들의 참여하여 모든 상임위원회와 행정부의 모든 관계 부서를 관찰하는 것이 좀 더 건강한 지방자치를 이끌 것은 분명하다. 작은 출발이 의회와 행정부가 유권자들의 눈을 의식하며 도정을 펼치도록 하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