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과 실천

불통은 낭비다 -- 기획재정위원회 방청기

소한마리-화절령- 2015. 2. 20. 10:08

불통은 낭비다 -- 기획재정위원회 방청기

 

허상수: 사회학 박사. 지속가능한사회연구소장

 

필자는 24일부터 6일까지 3일 동안 제 294회 경기도의회 임시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경기도청 업무보고 및 조례 제정 심의 과정을 방청하는 소중한 기회를 가졌다. 전년도 사업 보고와 함께 경기도 기획조정실, 균형발전기획실, 경기도시공사, 경기개발연구원, 그리고 감사관의 2015년 업무계획을 들을 수 있었다. 그동안 경기도는 수도권 개발 규제에 발이 묶여 여러 가지 발전 기회와 투자 여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운 행정 현장의 목소리가 전해져 왔다.

 

그리고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의정 역량 강화를 통해 참신하고 생산적인 대안 창출이 시급하다는 걸 절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2월 다소 늦은 시기에 2015년 사업계획을 보고받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아무쪼록 경기도정은 소기의 행정 성과를 축적해 내어야 한다는 당부부터 해 두어야겠다. 그래서 민생 불안’, ‘안전 불안’, ‘미래 불안에 찌들어 여전히 이처럼 춥고 힘든 겨울한파에 내몰린 수많은 도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어야 한다는 당부의 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소감부터 전하고 싶다. 그럼에도 몇 가지 아쉬운 느낌을 전하려 한다.

 

첫째, 의회와 도정의 불통은 여러 가지 낭비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단적으로 조례를 제정할 만큼 중요한 사안이 대중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도의원들에게 알려진다든지 도의회 회의에 출석한 다음에야 자료를 통해 전달되고 있다면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과 같은 정보기술 강국에서 도청 공무원들은 해당 사항을 도의원에게 사전에 전달할 생각이나 의지만 있었다면 전화나 팩스, 이메일, 스마트 폰을 통해 얼마든지 하루나 이틀, 일주일 전에 주요 의안사항에 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해당 내용이 신문이나 방송 등을 통해서 도의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이 지적되었다. 물론 집행부 입장에서 볼 때 이해관계자들에 의한 잡음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대외비나 공개금지 등 보안조치를 취해야 하는 경우가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조금만 되돌아보면 모두 경기도민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한 미래 건설과 관련되지 않는 것이 없을진대 불필요한 행정보안조치는 의회와 소통을 방해하는 것은 불필요한 낭비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둘째, 예산 집행에 관한 보고를 조금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같다고 본다. 123일 현재 31,870억원의 기획조정실 예산은 0.1%밖에 집행하지 못했다고 보고되었다. 이 부서에서는 담당관별 소관예산에 대한 집행계획을 모두 제시하였다. 회의 자료가 “2015년 주요업무계획“2015년 예산-집행실적과 계획”, 두 종류였다. 그러나 다른 부서는 단순하게 주요업무계획”, “주요업무보고”, “업무보고를 제출하고, “예산 집행 현황”, “재정운영현황”, “재무현황만을 제시하는데 그치고 말았다. 전년 결산과 금년 예산이 모두 도의회 차원에서 이미 걸러졌다고는 볼 수 있으나 부서별 예산비목에 관한 공식적 보고 기회가 이번 회기에서 이루어져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업무계획 제시로 갈음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 셈이었다. 도의원은 회의 자료를 당일 받아 보고, 집행부서 책임자는 그저 회의 자료를 낭독하는 업무보고가 관행적으로만 반복된다면 그 많은 직원들까지 참석한 자리가 무슨 생산적, 효율적, 건설적인 심의와 협의, 합의로 이어질 수가 있겠는가? 현 중앙정부는 새로운 정부 3.0을 제시하면서 유능하고 투명한 정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그 핵심가치는 정부의 투명성 확보와 시민참여 활성화를 통해 국민중심의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경기도정도 예산 집행과 인사, 정책입안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함께 도민 참여 활성화를 통해 삶의 질 향상에 앞장서는 도민 중심의 경기도를 구현해야 할 것이다.

 

셋째, 행정사무감사 조치 결과를 보다 더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게 좋을 듯하다. 표로 뭉뚱그려 완료, 추진 중이라고만 보고하고 만다면 도의원들이 생각했던 지적사항의 중요성에 비해 너무나 간단하게 처리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보다 상세하고 구체적인 처리결과보고 자체가 행정 홍보요 의회와 도정, 나아가 도정과 도민과의 소통이다. 그런 것도 진행되지 않고 홍보인력을 증원하자면서 직제개편에만 주력하고 있는 도정의 행태는 2% 아쉬운 게 아닌가싶다. 그러니 이런 점들을 확인하고 점검하면서 나름대로 정책대안을 개발하고 제공할 입법조사기능과 의정연구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자치역량 강화와 도정효율 제고에 커다란 몫을 차지할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