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과 실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방청기

소한마리-화절령- 2015. 2. 20. 10:07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방청기

오세제(정치학 박사)

 

201524일부터 6일까지 경기도의회 294회 임시회에서 있었던 문화체육관광위원회(위원장 이필구, 새정치연합, 부천오정)의 상임위 활동을 모니터한 결과를 정리한다. 문화체육관광국과 산하 기관들의 업무보고와 2건의 조례심의가 있었다.

 

전체적인 느낌은 논쟁적인 쟁점이 없고, 공격적인 지적도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업무보고가 주된 자리라서 그런지 의원들의 성향 탓인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국회처럼 업무보고 하는 기관에 호통치고, 반말하는 의원도 없고, 의원들 간에 논쟁도 없었다. 단 한번 조례문제로 의견이 엇갈릴 때는 십분간 정회하며 의원들끼리 의견을 조정하고, 이견 없이 부결 처리시켰다. 보고하는 사람들을 따끔하게 혼낸 경우도 있었다. 정기열(새정치연합, 안양) 의원은 경기관광공사 업무보고 때 예산이 빠진 점을 지적했다. 후술할 경기문화재단으로 부터는 더 결정적으로 재보고 약속을 받아낸다.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의 보고 시 한국개발원(KDI)에 재심의 의뢰했던 K-pop 아레나에 대해 문광부가 국가사업으로 하는 것이라 보고하자, 권칠승(새정연, 화성) 의원은 경기도가 땅을 내놓았으니 합작사업이며, 변경 용역 내용은 공유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KDI의 고속도로 교통량 추정이 13개 중 9개가 미달했다고 지적하고 이익률이 과장될 수 있는 계산법을 썼다고 지적했다. 한류 테마에 빠져서 생각하지 말고, 의정부와 고양시 등 인근의 한류 클러스터나 유사 시설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화와 관광 분야에서 활발한 질의와 토론이 이루어졌다면 체육 쪽은 조용한 가운데 금방 끝났다.

 

다음부터라도 의원은 관련 업무에 전문적인 공무원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면 현장도 찾고 관련 전문가도 만나고, 의원들부터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그것이 광범한 분야의 전문가일 수 없는 도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는 길이다. 동시에 집요해야할 것 같다. 박형덕(새누리, 동두천) 의원의 경우 경기관광공사의 업무보고 때 비무장지대(DMZ) 내에 국제기구 유치에 대한 질의 가운데 현재 있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이전 결의를 하거나 사업 추진의 현실성이 얼마나 있느냐 하는 날카로운 질문에 공사의 답변이 구체적이지 않았으나 더 추궁하지 않았다. 윤화섭(새정치연합, 안산) 의원은 전통사찰 목조건물에 대한 방화는 살인보다 엄벌한다는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목조문화재 종합방지대책을 촉구해, 국장의 매뉴얼 정리를 비롯해 시스템을 갖추겠다는 답변을 끌어낸다. 후속조치가 있길 기대해 본다.

 

아울러 자기 출신지역의 이익을 대변하는 성향이 강했다. 자연스러운 면도 있으나 이런 경향이 과도해지면 경기도가 사업하기는 어려워진다. 정기열 의원은 안양스마트콘텐츠밸리는 폐쇄하는 것인지 문화체육관광국의 보고 때 묻고 5명에서 3명을 옮긴다는 답변을 들은 후 광교나 북부에 스마트콘텐츠밸리를 만들려면 별도 인원을 배치해야지 2명 남으면 형식적이고, 행정 편의적이라고 비판했다. 공공기관의 비대화라고 맞서던 국장은 결국 조직진단을 해보겠다고 물러섰다.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가 출석상황이었다. 사흘간의 관찰로는 적어도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경우 단연 새누리당 의원들의 출석률이 높았다. 거의 이석하지 않았다. 그에 비해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이석이 잦았다. 3일차에 이효경(새정치연합, 성남)의원같이 운영위 동시 출석 때문에 자리를 비웠다고 양해를 구하고, 질의한 경우도 있었지만, 결국 출석은 발언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형식은 내용을 규정한다고 볼 수 있다. 3일간 한 번도 발언하지 않은 의원도 있었지만 처음이라 이름을 밝히지는 않겠다.

 

보고하는 기관과 기관장 중에도 돋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가장 자신감에 넘치는 보고자는 첫날의 이진찬 경기도 문화체육관광국장과 3일 차 경기관광공사 홍승표 사장이었다. 두 사람 다 업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고, 각론에 대한 질문에도 추가 자료를 활용하며 충분히 설명했다. 일단 보고를 스스로 처음부터 끝까지 했다. 이것은 산하 기관이 10개나 된다는 이유가 있었으나 총론을 제외하고 각 기관장에게 보고를 맡긴 경기문화재단과 대조되어 보였다. 이렇게 보고자가 자신감이 있는 경우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질의와 응답을 통한 소통과 대안 제시가 이루어졌다. 경기관광공사의 경우 장동길(새누리, 광주)의원은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남한산성과 연계하여 팔당호수, 천진암, 곤지암, 이천, 여주지역을 관광벨트로 만드는 구상을 제기하였고, 김정영(새누리, 의정부) 의원은 DMZ 체험관이 학생 대상이라면 지자체 뿐 아니라 교육청 관계자도 초청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관광공사 홍승표 사장의 경우 부임한 한달 간 이미 정종섭 행안부 장관을 캠프 그리브스 반환공여지의 DMZ 체험관에 초청해 전국 부시장 부군수와 국장들의 단체 방문을 이끌어내고 여성가족부의 청소년수련활동 인증을 획득해 향후 청소년 적극 유치의 포부를 밝혔다. 12일 경기도 사업을 위해 수원시와 화성, 용인시의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기로 했고, KINTEX의 임창렬 사장을 만나 회의나 전시가 있어 오는 국내외 손님들에게 1일 경기 관광을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합의하는 등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업무 파악이 잘 안된 경우는 반발을 샀다. 경기문화재단이 대표적이었다. 총론 보고만 마치고 조창희 대표이사가 내려온 후 차례로 업무보고에 나선 10개의 기관장은 균질적이지 않았다. 동문서답이 빈발했다. 이효경 의원은 남한산성 세계유산센터장에게 행정사무감사 때 복원 비용을 3년간 20억원 들이고 D등급 평가를 받은 것을 따졌다. 복수의 회사가 같은 구간에 공사를 맡아 상호 호환이 안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예산문제라 한다고 질타했다. 오구환 (새누리, 가평)의원은 의원들은 문화 예산을 2% 만들려고 애쓰고 있는데 산하 단체들은 구경만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정영(새누리, 의정부) 의원은 경기문화재단의 기본재산 운영수익 32억원에 대해 예금 이자가 시중에 2% 밖에 안되는데 3%로 추계한 것 같다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김도헌(새정연, 군포) 의원은 경기도 박물관의 신규 구입비가 3년간 하나도 없다는 점은 대표이사의 의지 부족에 따른 것이고, 신규 구입이 안되면 이게 무슨 박물관이냐고 따졌다. 곽미숙(새누리, 고양) 의원은 화정과 동두천에 새로 만드는 어린이 박물관이 컨텐츠가 너무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도헌(새정연, 군포) 의원은 29억원의 예산을 쓰는 경기세계도자기비엔날레 업무 보고가 부실하다고 따졌다. 20만명 참여 예상자 중 타겟별로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결정타는 정기열 의원이 날렸다. 197억의 국고 보조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고 그에 대한 사업 계획은 없고, 도비만 반영한 사업보고는 잘못된 것이니 다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창희 대표는 다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자신도 원래 그렇게 생각했고 그래서 조직 개편을 하려는 것이라고 책임회피적 발언을 하여 결국 답답하다는 핀잔을 듣는다.

 

경기문화의 전당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기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마스터 시리즈 첫 공연이 서울에 있는 예술의 전당에서 한다는 점 때문에 그 이유를 따져 묻고(김정영 의원) 경기도민을 위해 경기에서 연주를 해야 한다는 훈계(김도헌, 곽미숙 의원)를 듣고 난 후 하반기 공연은 경기도에서 하는 것을 고려하겠다고 대답했다. 예술의 전당 연주가 음악적 완성도 때문이라면 소신을 분명히 하든지 임시방편적 태도는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을 것이 다. 임원 중 반이 공석인데 어떤 사람이 이사장과 단장을 맡아야 하느냐는 이효경 의원의 인사 원칙에 대한 질문에, 정재훈 사장은 사장이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공모 절차를 통해 한다는 위축된 모습을 보여 주었다.

 

사흘 동안 조례에 대한 토론에서 유일하게 의원들 간에 이견이 발생한 경우는 2일 차 청소년 생활체육 지원에 관한 조례의 경우다. 일단 대표발의자인 이재준의원이 자신의 상임위원회 참석 때문인지 나와서 설명하지 않았고, 문화체육관광국에서 예산이 없다는 부정적 의견서를 제시한 상황이었다. 이효경 의원이 스포츠클럽의 현황과 관련된 예산지원 등에 대한 추가 검토를 해달라고 지난 회의에서 요청한 뒤 전혀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채 다시 심의하는 상황이었다. 이진찬 국장은 관련 예산은 132억원이고, 의원들이 조례를 통과시키면 예산은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문화체육관광국의 입장은 이미 안되는 것으로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이 대목에서 왜 예산 지원도 사전에 구체적으로 제출하지 않고 현황 파악 등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이의원을 비롯해 찬성하는 의원들은 강력하게 추궁하지 않았다. 정기열 의원이 지난번에 동호회 육성 및 시설비 13억 등 비용 추계에 문제가 많았고, 국장 스스로 우리가 지원 안해도 된다고 했었다는 사실을 환기시켰다. 길거리 농구의 예를 들어 학교 체육에서 충족되지 않는 청소년의 자발적인 활동과 열정을 도가 도와주려는 것이라고 이 조례의 취지를 역설했다. 10분 정회 이후에 이필구 위원장은 취지는 공감하지만, 실무부서의 의견과 여건을 고려해 경기도 체육진흥 조례를 개정하여 청소년 체육이 활성화되도록 하자고 하고 발의된 조례는 부결처리 하였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크게 언론의 관심을 끄는 중요한 쟁점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또 지방 언론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소상히 알 도리가 없으나 기자는 스스로 현장을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하지 않을까? 그러나 사흘 동안 상임위 현장에 들어온 언론사 기자는 카메라 기자 한명 외에 단 네 명이었다. 그중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온 기자는 두 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있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지금도 검색되는 사흘간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관련 기사가 21개라는 점은 잘 이해되지 않는다. 물론 현장에 들어오지 않아도 보도자료를 보고 의원과 인터뷰라도 했다면 기사를 쓸 수 있다. 그러나 기사 내용을 일일이 읽어보면 답은 간단하다. 심지어 다른 신문에 난 기사와 처음부터 끝까지 한자도 틀리지 않는 기사도 다수 있다. 이 또한 처음이라 이름을 밝히지 않겠다. 언론이라면 최소한의 금도가 있어야 한다. 몇몇 언론은 각성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