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 방청기
지난 2월 5일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위원장 오세영,용인시1)는 도지사가 발의한 ‘경기도 부동산중개수수료 등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조례안’을 심의하였다.
이번 개정조례안의 핵심은 가액별로 구분된 현행 4개 구간 중 ‘주택매매 6억원 이상’ 구간을 ‘6억원 이상 9억원 미만’ 및 ‘9억원 이상’ 등 2개 구간으로, ‘주택임대 3억원 이상’ 구간도 ‘3억원 이상 6억원 미만’ 및 ‘6억원 이상’ 등 2개 구간으로 나눠 총 5개 구간으로 세분화하였다.
아울러, 중개보수로 명칭이 바뀐 수수료의 요율을 매매. 교환의 경우 거래가액의 0.9%이내에서 0.5%이내로, 임대의 경우 0.9%이내에서 0.4%이내로 대폭 인하하면서 이른바 ‘상한요율’로 정해 놓아 요율 범위 내에서 소비자와 중개사가 협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두었다.
이에 대해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는 국토교통부의 권고안대로 상정된 개정안에 대해 구간 세분화 등 골격은 그대로 따르면서 ‘상한요율’ 범위 내에서 협의하도록 명시된 개정안이 소비자와 중개사무소간의 수수료 분쟁의 여지가 있다고 보아 이를 막기 위해 거래금액의 구간별로 정한 “상한요율”을 “수수료율”로, 이른바 ‘고정요율’로 수정하는 수정안을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이러한 도시환경위의 수정안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와 언론이 중개사협회의 로비에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켰다는 지적과 아울러 ‘꼼수’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서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다.
결국 2월 11일, 본회의에 상정되어 통과를 눈앞에 둔 수정 조례안이 보류되었고, 이에 대해 언론은 한 술 더 떠 이사철에 ‘반값 복비’가 연기되어 더욱 서민 부담만 가중시켰다며 도의회를 질타하고 나섰다.
과연 경기도의회 도시환경위원회 의원들이 중개사협회의 로비로 서민 부담을 도외시 한 것일까? 아니면 주민들간의 분쟁을 막기 위해 소신껏 ‘고정요율’로 바꾼 것일까?
이러한 의문을 안고 우선 경기도의회 홈페이지의 영상회의록(294회 임시회 제1차 도시환경위원회-2월 4일, 제2차 도시환경위원회-2월 5일)을 살펴보았다.
2월 4일 열린 도시환경위원회의 전부개정조례안 심의에서는 윤은숙 의원(성남시 4), 양근서 의원(안산시 6), 김철인 의원(평택시 2), 조광명 의원(화성시 4), 염종현 의원(부천시 1), 천동현 의원(안성시 1) 등이 나서 집행부를 상대로 질의하였다.
양근서 의원은 국토교통부의 ‘주택의 중개보수 시.도 조례 개정 권고안’에서 설명하고 있는 ‘고정요율’에 대한 공정거래위의 반대 의견은 관계 기관의 의견 교환에서 나온 견해일 뿐, 공식적 의견이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고정요율이 마치 공정거래법상 위반되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지방의회의 입법권을 제한하고 법률적 판단을 사전에 제약하는 행위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경기도가 이번 사안이 민감하고 중대한 사안이라고 하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국토부의 공문을 받아쓰기 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하면서 고정요율은 문제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자율에 맡기면 서민들의 피해 가능성이 크기에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조광명 의원은 중개보수를 줄 사람은 적게 주려하고 받을 사람은 많이 받으려고 하는 게 당연한 이치이고, 합의가 안되면 소송으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상한요율’은 주민간의 갈등을 조장하고 협의가 안될 시 당사자끼리 해결하라는 무책임한 정부 정책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이 있는 것이고, 지자체의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해도 상위법에 저촉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권고안을 1점 1획이라도 변경할 수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집행부의 문제점을 질타하였다.
염종현 의원은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6억 이상 고가 주택의 수수료를 조정하는 것인데 경기도내 12개 시.군은 3년간 해당 사례가 한 건도 없어 국토부 권고안의 실익이 거의 없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고안이 잘못 알려져 모든 중개수수료가 1/2로 줄어드는 것처럼 왜곡되고 호도되어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소비자 보호원의 조사 결과 및 여러 통계 자료를 제시하면서 권고안은 이웃 주민들간의 갈등을 유발시키고 나아가 서민들의 부담을 줄이기보다 영세 중개사들의 수수료 수입만 줄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며,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거나 공정거래법에 어긋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분쟁의 소지를 없애고 당사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나머지 의원들도 대부분 국토부의 권고안이 분쟁을 유발시키는 안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실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이날 심의에서 대체로 의원들은 중개사와 소비자의 분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었고,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밀어붙이기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와 그 권고안을 그대로 따르려는 집행부의 무책임을 지적하였다.
길지 않은 회의 과정임에도 의원들이 비교적 이번 사안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소비자단체와 중개사협회의 입장 중 어느 한쪽에 서지 않고, 갈등의 여지를 없애고 서로 윈윈하는 중재안으로 수정안을 마련한 것 같았다.
또한, 중앙정부의 권고안대로 끌려가는 집행부의 무책임을 지적하며, 지방자치에 걸맞은 집행부의 자세를 요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올바른 지방자치의 희망을 볼 수 있었다.
반면, 집행부는 질의 과정에서는 의원들의 지적에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수정안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의 권고에 충실하며 결국 부동의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입법예고 과정에서부터 불거진 중개사협회의 대대적인 반발을 그저 수수방관하면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국토교통부의 권고안만 충실히 따라가는 집행부의 태도는 지방자치의 정신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갈등의 조정’이라는 행정 본연의 임무도 방기한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인중개사법 등 법규를 보면 주택에 대한 중개보수는 시.도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중개대상물의 소재지와 중개사무소의 소재지가 다른 경우에는 중개사무소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시.도의 조례에서 정한 기준에 따라 받도록 규정하고 있어 이미 시.도별로 요율이 다를 수 있음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17개 시.도가 똑같이 정하도록 국토교통부가 권고안을 내려보내고 이를 충실히 따르는 집행부의 처사는 법 정신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지방자치에도 역행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다만, 수정안에서 아쉬운 점은 ‘소비자와 중개사무소간의 분쟁을 막기 위해’ 고정요율을 도입한다고 하면서 매매.교환 9억원이상, 임대차 등 6억원이상 구간에서 ‘1천분의9이내와 1천분의8이내에서 협의’라는 조항을 그대로 놔둬 고정요율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였다는 점이다. 오히려 고액 구간이므로 고정요율로 바꾸면서 요율을 낮추는 게 수정안의 취지에도 맞을 것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요율은 하방형(거래금액 증가 → 보수액은 증가하되, %요율은 차츰 낮아짐)이 원칙이나, 새로 만든 구간에서 오히려 %요율이 높아지고 있는 기현상이 눈에 띤다.
물론, 국토교통부의 권고안에 이렇게 되어 있긴 하지만, 고정요율로 수정하면서 이런 점까지 수정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 좀더 심사숙고하지 못한 ‘졸속처리’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수정안의 상임위 통과 후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자 경기도의회는 본회의 상정을 유보해 3월 본회의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소나기를 피하고 보겠다는 심사로 단순히 시간만 끌 게 아니라 차제에 적극적으로 수정안에 대한 설명이나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도시환경위원들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이해 당사자나 전문가들로 공청회 등을 개최하여 의견 수렴을 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이 과정을 진행하면서 모든 구간에서 ‘반값 복비’로 낮춰지는 것으로 호도되고 있는 여론도 바로 잡고, 적극적으로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바란다. 또한, 이 과정에서 위에 지적한 요율 문제도 재수정하기 바란다. 이러한 과정이 조광명 의원의 지적대로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치지 않은 국토교통부 권고안’에 대한 제대로 된 수정이고, 올바른 지방자치의 전형이 될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권고안에서 스스로 밝힌대로 2013년 한국소비자원의 부동산 중개 분쟁 민원 중 36.6%가 중개수수료 분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한요율 이내에서 당사자끼리 협의하라고 정해놓은 중개수수료율이 무슨 실효가 있으며 어떻게 분쟁을 해소시킬 것인가?
이번 기회에 경기도의회가 전국에서 모범적으로 이해 당사자간의 합의를 도출해내고 사전에 분쟁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모범적인 지방자치의 전형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해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