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 시대 |
강 명 관 (부산대학교 한문학과 교수) |
시절이 수상하니 오늘은 한가한 이야기를 좀 해 보자. 문헌에 기록된 폭식가, 드문 사례였기에 이사철은 등에 종기가 나서 거의 죽게 되었다. 의원이 찾아와 불고기와 독한 술을 먹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하자, 이 양반 하는 말이 재미있다. “먹지 않고 살아 있는 것보다, 차라리 먹고 죽는 게 나을 것이야!” 그러고는 평소처럼 먹고
마셨는데 다행히 병이 나았다. 사람들은 “부귀를 누리는 사람은 먹고 마시는 것도 여느 사람과 다른 법이로구나!” 하고 감탄해 마지않았다.
넘치는 먹방, 옆 채널엔 살빼기 아우성
조선시대에 폭식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사철이나 홍일동 같은 극소수 양반에 지나지 않았다. 아주 드문 예이기에 문헌에 남은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신문이고 방송이고 매일 먹을 것을 권한다. 싸고 맛있는 곳이라면서, 또는 제대로 된 식당이라면서, 또는 희귀한 음식이라면서,
또는 요리하는 현장을 보여준다면서, 어떤 경우 호들갑을 떨면서, 어떤 경우 점잖게 둘러앉아 음식과 요리에 관한 약간 전문적인 지식을 제공하면서,
오직 먹을 것을 권한다. 하지만 먹방 옆의 채널은 살이 인류의 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살 빼는 방법을 알려주고 살 빼는 도구를 사라고 목청을
높인다. 먹는 것과 빼는 것은 우리 신체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그런데 방송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신체가 이미 식품산업, 요식업, 피트니스산업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음을 절감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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