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에서 만나는 ‘단순한 진심’ |
유 지 나 (동국대 교수, 영화평론가) |
날이 갈수록 다큐(멘터리)는 매력적인 매체로 세상을 떠다닌다. 오늘날 극영화처럼 표를 사고 보는 다큐는 오래전 극장에서 틀어주던 국책성 계몽도구 다큐로부터 엄청난 진화를 보여준다. 이 가을 단풍과 함께 날아온 다큐들을 극장에서 보노라니 부조리한 세상으로부터 탈주하는 즐거움과 함께 용기를 얻는다. 풍자적 다큐에서 탈주의 즐거움을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 2015, 마이클 무어)는 미국의 문제를 추적하는 기발한 다큐이다. 강대국 미국이
세계평화를 내걸고 전쟁을 벌이면서도 패하기만 하자 펜타곤 장성들이 중대한 회의를 연다. 그 해결사로 무어를 임명하는 결정을 내린다. 풍성한
체구에 야구 모자, 장난기 넘치는 표정의 그는 미국보다 좋은 제도를 가진 나라를 침공해 그 비밀을 탈취해오는 여정에 나선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피어난 다큐의 힘
10회를 맞이한 여성인권영화제의 개막작 〈테레즈의 삶들〉(The Lives of Therese, 2016, 세바스티앙 리프시츠)은 68혁명 이후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아온 테레즈 클레르크를 만나게 해준다. 죽음을 말하지 않는 세상 풍조에 저항하며 ‘삶-죽음’을 횡단하는 기록을 남기고픈
그녀의 요청으로 기획된 다큐이다. 죽음을 앞둔 그녀의 삶을 이야기하는 네 자녀는 대화 중 이렇게 자백한다. “네 엄마는 내 엄마와 다르다”라고.
웃다가 울기도 하면서…. 모범적인 주부에서 공동체적 삶의 전사로 변화한 그녀는 임신중단권부터 성평등, 성소수자 인권 운동까지 열정적인
페미니스트로서 인생길을 걸어간다. 즉 하나의 인생길에서 다른 인생길로 바꿔탄 것이다. 죽음에 직면한 그녀는 자신의 인생들과 투쟁, 사랑을
솔직하고 담대하게 돌아보며, “투쟁은 과격하게 삶은 단순하게”의 묘미를 전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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