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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조 기부한 워렌 버핏 "상속세 폐지 움직임, 혐오스럽다"

소한마리-화절령- 2006. 6. 28. 10:48

버핏 "상속세 폐지 움직임 혐오스럽다"



370억달러(약 36조원)의 막대한 재산을 기부키로 한 워렌 버핏(75) 버크셔 헤더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부의 대물림에 반대하며 상속세 존속을 적극 주장했다.

버핏 회장은 26일 뉴욕 맨해튼 공립도서관에서 빌 게이츠(50)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 부부와 가진 기부 약정식 및 기자회견에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상속세 폐지안을 “혐오스럽다”고 비난했다. 버핏 회장은 전날 440억달러에 달하는 전 재산 중 85%를 생전에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 등 자선단체 5곳에 기부한다고 발표했다.

버핏 회장은 “유산보다는 능력에 의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공화당의 상속세 영구 폐지 추진에 반대해왔다. 이달초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은 상원에서 상속세 영구 폐지 법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3표가 모자라 좌절됐다.

부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세금 감축 공약에 따라 상속세를 2001년부터 점진적으로 줄여 2010년 한해 한시적으로 없애기로 했다. 하지만 2011년에는 상속세가 부활하도록 돼있기 때문에 공화당은 이참에 아예 영구 폐지하자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버핏 회장은 이날 회견에서 “상속세는 공평한 세금”이라며 “태어날 때부터 선택 받은 몇몇 소수가 출발선에서 한참 앞서 달려나가서는 안되며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기회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상속세 유지를 재차 강조했다.

2남1녀 자녀들이 이번 기부에 반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돈을 갖고 있고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내 자식들은 가족의 부가 사회로 환원돼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60억명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면 나 한 사람의 부를 분산시키는 것이 훨씬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7월 게이츠 재단에 15억달러를 전달하는 것을 시작으로 버크셔 헤더웨이에서 자신의 지분이 현재 31%에서 5%로 떨어질 때까지 370억달러를 나눠 기부한다. 버핏은 기부 약정서에 “기부금은 장래의 자선 사업을 위해 재단 기금 규모를 키우는데 쓰여서는 안되며 해마다 기부한 전액이 자선 활동에 사용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게이츠 회장은 버핏 회장의 기부금을 빈국의 질병과 가난 퇴치, 미국 내 교육 확대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게이츠 회장은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들이 지난해 영국 글렌이글스에서 열린 회의에서 결정한 아프리카 원조 계획 ‘빈곤을 역사 속으로(Make Poverty History)’를 감시하는 위원회에도 참여하는 등 국제적 기부금의 관리 책임도 맡게 된다.

버핏 회장의 기부 발표 영향으로 버크셔 헤더웨이의 주가는 26일 약 1% 하락했다. 그와 점심을 같이 먹고 자선단체 기부금을 내는 ‘버핏과의 파워 런치’ 이베이 경매는 입찰 시작 나흘 만인 26일 50만달러를 돌파, 지금까지 최고 낙찰가인 지난해 35만1,000달러를 경신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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