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두 끼는 잘 먹을 수 있는 나라 / 성태숙
성태숙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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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027 19:35 |
“선생님, 내가 분명히 일어나서 밥 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자꾸 나보고 밥 줄 때 안 일어났으면서 거짓말한대요.” 늘 배가 고프다는 1학년 아이의 말이다. 가출로 인생을 시작한 엄마와 깨어진 가정에서 제대로 훈육받지 못하고 자란 아빠를 부모로 뒀다. 얼마 전에는 부모가 매일같이 피우는 담배 맛이 궁금해 길거리에서 꽁초를 주워 피우기도 했다.
키가 큰 그 아이는 언제나 해맑다. 하지만 지적장애가 있어 아빠가 돌아가신 날짜도 정확히 모른다. 엄마는 공황장애로 집 밖 출입이 어렵다. 기초생활수급비가 들어오면 과자나 라면을 사서 배가 고프지 않을 정도만 먹는다. 모두가 서울 한복판, 지금의 대한민국을 함께 살아가는 이른바 ‘결식아동’들의 이야기다. 우리 주위에는 아직도 여러 이유로 아이들의 밥을 제대로 챙겨주기 어려운 가정들이 존재한다. 단순히 쌀과 반찬을 살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때맞춰 아이들을 챙겨 세 끼를 고루 먹이는 일은 생각보다 건강한 심신과 안정된 일터와 적당한 주거시설 및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책임의식이 필요한 매우 사회적인 행위다. 결식아동들은 학기중 학교급식으로 일단 한 끼를 해결한다. 드물게 학교에서 아침 급식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점심 급식이 이들에게 첫 식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배움과 활동이 가득한 학교생활을 마치면 아이들은 자동으로 배가 고프다. 형편이 되면 과일 등 간단한 간식을 먹을 수 있어야겠지만, 이들은 싸구려 노점의 과자나 정체 모를 먹을 것으로 허기진 몸과 마음을 달래야 할 뿐이다. 가장 힘든 것은 다른 아이들이 먹는 것을 지켜보는 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뱃속은 먹을 것을 찾아 아우성을 친다. 그러면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 배고픔의 야수를 달래려면 김치 쪼가리뿐인 맨밥이든, 라면 한 그릇이든, 과자 한 봉지라도 뱃속에 넣어 고통스러운 배고픔을 어떻게든 달래야 한다. 이런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지역사회로 돌아왔을 때, 최소한 성장의 기본이 되는 저녁밥은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마땅한 우리들의 도리이자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당연한 권리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결식아동 급식사업을 지방이양사업이란 이유로 정부는 지방정부가 알아서 할 일로 치부하고 제대로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 결식아동 급식사업은 국가 차원에서 동일한 기준에 따라 책임 있게 아동의 성장과 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옳다. 아이들이 어디서 태어나 자라고 어떤 체계에 의해 지원을 받고 있는가에 따라 식사의 양과 질마저 차별받도록 해서는 안 된다. 배고픈 아이들의 마음이 고프지 않을 턱이 없다. 우리들이 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건강하고 행복한 밥상은, 세상은 너희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약속의 밥상이며, 잘 자라기를 기원한다는 소망의 밥상이다. 배고픔으로 아이들의 마음에 원망의 그늘을 드리우지 말자. 홀로 배고픔을 채우려고 무엇이든 먹을 수밖에 없는 외로움 속에 이들을 남겨두지 말자. 아이들이 먹는 이 두 끼의 밥을 우리들의 사랑과 연대로 지어 올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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