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다시 읽는 맹자의 일치일란(一治一亂) |
노 관 범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조교수) |
미시적으로 보면 복잡하고 불가사의하게 보이는 일도 거시적으로 보면 간단하고 명료하게 보일 때가 있다. 역사가 그렇다. 수많은 사건이 발생하고 수많은 왕조가 명멸한 역사도 거시적으로 잘 들여다 보면 흥미롭게도 어떤 거대한 기운이 작용하여 알기 쉬운 법칙적인 변화를 겪어온 것이 아닌가 하고 상상에 잠길 수 있다. 법칙을 발견하면 아무리 복잡한 현상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아무리 신비로운 미래라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과거의 역사에서 거시적으로 어떤 법칙을 발견하고 그 법칙을 통해 미래의 역사를 예언한다는 것, 이 매력적인 유혹으로부터 초연했던 사상가가 과연 얼마나 있었을까? 난세를 극복해 치세를 회복한 '성스런 역사' 지나간 역사에서 법칙을 발견한 사상가를 꼽으라면 제일 먼저 중국의 고대 사상가 맹자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가 일치일란(一治一亂)이라고 하는 유명한 명제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처음 이 말 하나만 들으면 이 세상의 역사가 치세와 난세를 반복하며 진행되었음을 점잖게 설명하는 맹자의 진지한 역사철학을 느낄지도 모르지만, 사실 이 말은 맹자가 너무 따기지 좋아하는 논쟁적인 사람이라는 세평에 대해 맹자가 자기를 변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광복과 반정의 기운이 온 세상에 가득하기를 미래에 희망이 있는 것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역사에 이와 같은 ‘성스런 역사’가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었다는 것을 하나의 역사 법칙으로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스런 역사’가 이제까지 한 번도 중단된 적이 없었다는 믿음은 ‘성스런 역사’를 앞으로도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는 책무를 수반하기 마련이다. 천하에 여러 나라가 흥망했지만 모든 나라는 단 한 가지 기준, 곧 ‘성스런 역사’가 있는 나라와 ‘성스런 역사’가 없는 나라로 구별된다. 만약 ‘성스런 역사’를 보존한 나라가 멸망한다면 이것은 단순히 나라가 무너지는 국가 멸망의 문제가 아니라 ‘성스런 역사’가 소멸하는 역사 멸망의 문제가 된다. 만약 이제까지 살아왔던 인간의 본질적인 역사가 오늘로 사라진다면? 만약 우리가 이 역사의 마지막에 서 있다고 한다면? 맹자의 일치일란에는 ‘성스런 역사’의 멸망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심리가 짙게 배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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